시 노래
밤의 지휘자
로욜라토끼
2026. 5. 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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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지휘자
뚜벅뚜벅
정장을 차려입은 단원들이
무리를 지어 걸어 나와 자리를 잡는다.
현악기가, 목관악기가, 금관악기가, 타악기가
층층이 빛을 받으며 숨을 죽인 무대
홀로 꼿꼿이 서서
단원들 시선을 모으는
바이올린 연주자
고요 속,
또각또각 울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등장한 제비처럼 날렵한 지휘자
짧은 목례 뒤,
번개처럼 움직이는 날쌘 지휘봉
때론 펜싱선수처럼, 때론 무용수처럼
음악이 울려퍼지자
여러 개의 금속 생명체 강철거인처럼
수많은 흩어진 선율이
하나의 호흡으로 이어지며
거대한 금속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웅장한 파도가 홀을 뒤덮을 때
나는 네 손을 잡고
은은한 저녁 속,
작고 따뜻한 추억 하나를
네 손등에 조용히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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