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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빌어줘 소원을 빌어줘밤이 충분히 내려앉은 시간,도시는 아직 잠들지 못한 채 낮의 온기를 태우고 있다.넓게 뻗은 공원 보도블럭 위로가로등 불빛이 노랗게 번지며그 위를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서로 겹쳤다가, 다시 흩어진다.고개를 들면하늘 한가운데, 둥글게 떠 있는 보름달.은은한 금빛으로 밤을 감싸며이 모든 풍경을 조용히 내려다본다.멀리 줄지어 선 차량들과 희미한 불빛들,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어둠은소란스러운 도시를 차분한 바람으로 잠재운다.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 사이에서난 소원을 빌어본다.주식 부동산 바람처럼 순탄하고 하는 일 물 흐르듯 풀리며좋은 직장과 따뜻한 인연 하나가 내 인생에 달빛처럼 스며들길무엇보다도 건강이 최고인걸삼천갑자 동방석처럼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보름달을 보며 깊은 밤 간절한 마음으로.. 2026. 5. 2.
밤의 지휘자 밤의 지휘자뚜벅뚜벅정장을 차려입은 단원들이무리를 지어 걸어 나와 자리를 잡는다.현악기가, 목관악기가, 금관악기가, 타악기가층층이 빛을 받으며 숨을 죽인 무대홀로 꼿꼿이 서서 단원들 시선을 모으는바이올린 연주자고요 속,또각또각 울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등장한 제비처럼 날렵한 지휘자 짧은 목례 뒤,번개처럼 움직이는 날쌘 지휘봉때론 펜싱선수처럼, 때론 무용수처럼음악이 울려퍼지자여러 개의 금속 생명체 강철거인처럼수많은 흩어진 선율이 하나의 호흡으로 이어지며거대한 금속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웅장한 파도가 홀을 뒤덮을 때나는 네 손을 잡고은은한 저녁 속,작고 따뜻한 추억 하나를 네 손등에 조용히 새긴다 2026. 5. 1.
저기요 (Excuse Me) 저기요 (Excuse Me)저기요, 잠깐만요그댈 보던 걸음이 멈췄어요그대 미소가 바람에 묻어내 마음에 스며들었죠낯설지만 익숙한 느낌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아마도 꿈속에서 그리던그대인가요저기요, 나 좀 미쳤나 봐요이렇게 낯선 이에게 말을 걸다니한 번쯤 웃어줄 수 있나요그 미소면 난 괜찮아요저기요, 혹시 이름이 뭐예요이 순간 잠시 멈추었으면 해요그댈 놓치면 평생 후회할까 봐이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저기요저기요, 참 이상하죠한 번 스친 인연이 이렇게하루 종일 머릿속에 남아그댈 다시 찾게 되네요봄비 내리는 오후의 카페그대의 그림자가 보여괜히 돌아보며 웃어요혹시 또 만날까 봐세상이 잠시 멈춘 듯그대 향기 번져와몇번이나 망설이다가내 마음이 먼저 말을 하네요“그대, 나와 함께 걸을래요?”저기요, 이제는 알겠어요이.. 2026. 4. 19.
왁자지껄 한의원 왁자지껄 한의원출근문 여니대기실 한가득 환자들늦은 밤 쌓인 처방전위에식어버린 저녁식사화장실도 참으며침든 손만이 바삐 허공을 가른다.꽉찬 베드마다 원장님 허리아파요. 어깨아파요.원장의 손길에아우성은 사그러들고어느새 환자의 얼굴은 평온함중풍 119 급행고맙다며 사과 한상자오늘도 왁자지껄 한의원은 시장바닥밤되면 침대신잠을 꽂고 싶다. 202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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